
이야기
지금 보신각에 걸려 있는 종은 과연 세조 때 만들어진 진짜 조선 시대의 종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듣는 종소리의 주인은 조선의 유물이 아닙니다.
잿더미 속에서 다시 세운 종각
1950년 한국전쟁은 종로의 중심 보신각을 비켜가지 않았습니다. 누각이 크게 파손되었고, 고종 황제가 친히 사액했던 '보신각' 현판도 전쟁 중에 불타 사라졌습니다.
전쟁이 끝난 1953년, 서울시는 종각을 다시 지었습니다. 이때 새로 걸린 현판 글씨는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쓴 것이었습니다. 1953년 재건과 함께 제야의 종 타종 실황이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중계되기 시작했습니다.

콘크리트 누각과 새로 주조된 종
도시가 확장되고 종로 도로가 넓어지면서 보신각의 위치는 도로 뒤쪽으로 밀려났습니다. 1915년과 1953년에 이어, 1979년 8월 서울시는 보신각을 다시 뒤로 옮겨 재건했습니다. 이때 지어진 건물이 정면 5칸, 측면 4칸 구조의 2층 철근콘크리트 누각입니다.
건물은 현대식 콘크리트로 새로 지었지만, 누각 내부에는 세조 14년인 1468년에 주조된 옛 동종이 그대로 걸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과 전란을 거치며 종 몸통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더 이상 종을 타종하면 완전히 파손될 위험이 생긴 것입니다.
1985년, 정부는 보물인 옛 보신각 동종을 보존하기 위해 경복궁 안 종각으로 이전했습니다. 그리고 국민 성금을 모아 새로운 종을 제작했습니다. 1985년 8월 15일 광복절, 새로 만든 종이 보신각 누각에서 첫 음향을 울렸습니다.
관료의 의식에서 시민의 축제로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식은 시대 흐름에 맞춰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초기에는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 의장,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주요 공직자들이 주로 타종을 맡았습니다.
1994년부터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관료 중심의 구성에서 벗어나 사회 각계각층의 시민 대표들이 직접 타종 인사로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1999년부터는 자정 10초 전부터 아나운서와 시민들이 함께 숫자를 세는 카운트다운 전통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처음 던졌던 질문으로 돌아가 봅니다. 지금 종로 보신각에 걸려 있는 종은 조선 시대의 종이 아닙니다. 500년 넘는 역사를 품은 원 동종은 보존을 위해 자리를 옮겼고, 현재 우리가 듣는 종소리는 1985년 국민의 성금으로 완성된 새로운 종의 소리입니다.
지금
오늘날 종로 한복판을 지키는 보신각은 1979년 위치를 뒤로 옮겨 철근콘크리트로 새로 지은 2층 누각입니다. 조선 시대 종루의 원 유구는 서울역사박물관으로 이전되어 보존되고 있으며, 균열이 갔던 옛 동종은 경복궁을 거쳐 보물로 지정 보관되어 있습니다. 매년 12월 31일 밤이 되면 이 자리는 1985년에 새로 들어선 종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시민들의 소리로 채워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