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요정 대원각
성북동 선잠로를 걷다 보면 길상사라는 간판이 있습니다. 북악산 자락, 주택가 사이에 앉은 절입니다. 지도의 옛 이름을 따라가면 같은 좌표에 대원각(大苑閣)이 걸려 있습니다. 한자 '苑'은 정원, '閣'은 누각입니다. 이 자리는 한때 서울에서 손꼽히던 대형 요정이었습니다. 절의 마당으로 기억하기 쉬운 땅이, 간판을 바꾸기 전에는 요정이었습니다.
주인은 기생 출신 김영한, 예명 자야입니다. 개업 연도는 보도마다 다릅니다. 1951년, 1953년, 1955년이 함께 나오죠. 연도 하나를 단정할 수 없을 만큼, 이곳의 개업은 공문서보다 기억과 보도에 기댄 기록입니다. 확실한 쪽은 따로 있습니다.
청운각, 삼청각과 함께 '요정 3각'으로 불리던 곳들이 이 일대에 모여 있었습니다. 세 곳이 가까운 거리에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이 일대가 한 시대의 밤과 권력의 네트워크를 품고 있었음을 보여 줍니다. 연회가 열리는 방에서 정치와 경제의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이런 공간을 요정정치의 무대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국회의사당 밖, 사적 연회 공간에서 결정의 실마리가 잡히던 시절이었죠.
서울의 다른 요정 가운데는 흔적 없이 사라진 곳도 많습니다. 건물이 철거되고, 이름마저 지도에서 빠져 버린 경우가 흔합니다. 대원각은 그 경우와 다릅니다. 부지와 건물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사라짐과 변화 사이에 서 있습니다. 1997년 12월 14일 이전과 이후가, 같은 주소 위에 겹칩니다.
시주와 창건법회
전환의 시작은 연회의 크기가 아니라, 김영한 한 사람의 결정입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던 부지를 법정 스님에게 시주했습니다. 요정으로 쓰이던 땅을 절로 넘기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시주는 값을 치르고 사고파는 매매와 다릅니다. 뜻을 두고 내어 준다는 말입니다. 그 결정 뒤에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다 채울 수 없습니다. 결과는 날짜로 남습니다.
길상사 창건법회가 열리면서 대원각의 요정 영업은 막을 내렸습니다. 건물과 부지는 그대로 남았습니다. 간판과 쓰임이 한꺼번에 바뀌었습니다. 기준이 되는 날은 1997년 12월 14일, 같은 하루입니다. 밤의 연회장이 낮의 법당이 된 선이 그날입니다.
대원각이라는 상호는 그날 이후 이 좌표에 더 붙지 않았습니다. 길상사라는 이름이 올라갔습니다. 철거로 지워진 자리가 아닙니다. 용도가 교체된 자리입니다. 요정은 한 시대의 사회와 정치 풍경을 비추던 공간이었고, 대원각은 북악 요정 3각 가운데 한 곳이었습니다. 1997년 그 쓰임이 바뀌었습니다. 같은 땅에서 주민의 산책, 신도의 기도, 옛 이름을 처음 알게 된 방문이 겹칩니다.
지금

성북구 선잠로5길, 북악산 기슭입니다. 지금은 대한불교조계종 사찰 길상사입니다. 열린 마당과 전각이 방문객을 맞습니다. 과거의 요정 간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안내판에도 대원각이라는 옛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공기가 처음부터 절의 것인 것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이 사찰은 법정 스님이 김영한의 시주로 받은 터 위에 세워졌습니다. 창건법회 날짜, 1997년 12월 14일이 경계를 가릅니다. 그날 이후 이 좌표에는 '대원각'이라는 상호가 붙지 않았습니다. 길상사라는 이름이 올라갔고, 요정 영업은 끝났습니다. 건물과 부지가 남아 있었기에 가능한 전환입니다. 용도가 바뀐 것이지, 터가 헐린 것은 아닙니다. 개업 연도만 1951년·1953년·1955년으로 엇갈릴 뿐, 영업이 끝난 날은 그 하루로 적혀 있습니다.
마당을 한 바퀴 돌면, 이곳이 원래부터 절이었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 착각이, 간판의 교체가 얼마나 완전해 보이는지를 보여 줍니다. 길상사가 처음부터 절이었는지 묻는다면, 답은 1997년 12월 14일에 있습니다. 그 전 같은 땅의 이름은 대원각이었습니다. 주인 김영한(자야)이 법정 스님에게 시주한 요정 자리입니다.
대원각(大苑閣)은 정원의 누각이라는 한자를 가진, 서울의 큰 요정이었습니다. 개업 해는 1951·1953·1955년으로 보도가 엇갈려 한 해로 못 박지 못합니다. 확실한 것은 제3공화국 시기 북악 일대에서 청운각·삼청각과 함께 요정 3각으로 불렸고, 권력과 재계가 드나들었다는 점이죠. 김영한이 부지를 법정 스님에게 시주한 뒤, 1997년 12월 14일 길상사 창건법회와 함께 요정 영업이 끝났습니다. 건물은 남고 간판만 바뀌었습니다. 지금 주소는 성북구 선잠로5길, 대한불교조계종 사찰입니다. 안내판에 대원각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