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신라 하대, 밀교 경전인 금강정경계 의궤에 나오는 독특한 손모양 하나가 한반도로 들어왔습니다. 아미타불만이 지을 수 있는 손모양인 '아미타정인(阿彌陀定印)'입니다. 이 도상은 나말여초 시기에 일시적으로 불상에 적용되어 나타났습니다.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다가 고려 후기에 이르러서야 다시 모습이 확인됩니다.
전국을 통틀어도 아미타정인을 한 석불은 드뭅니다. 경상북도 풍기 비로사의 석조아미타불좌상과 경주 분황사의 석조아미타불좌상 등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서울 진관동에 위치한 이 불상 역시 나말여초 시기에 조성되었습니다. 다리는 양발을 올려놓은 결가부좌 자세를 하고 있습니다. 다리를 덮은 옷자락에는 비스듬한 사선의 옷 주름이 일정한 간격으로 조각되어 있죠.
하지만 보존 상태는 형편없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상반신이 파손되어 형태를 거의 잃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진관동 석 보살입상 앞 석조부재 위에 조용히 놓여 있었습니다.
반전은 불상의 손모양과 위치에 대한 조사에서 나왔습니다.
상반신은 깨져 나갔지만, 하반신과 손에 남아 있던 수인이 바로 그 희귀한 아미타정인이었습니다. 현전하는 아미타정인 불상 가운데 전국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유물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동시에 서울과 경기 지역을 통틀어 발견된 단 하나의 아미타정인 불상이라는 점도 밝혀졌죠.
형체는 파손되었으나 미술사적 가치가 검증되면서, 이 돌부처는 2011년 1월 13일 서울특별시 문화재자료 제51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지금
현재 불상은 서울 은평구 진관동 석 보살입상 앞 석조부재 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상반신을 잃은 채 남아 있지만, 결가부좌를 한 하반신과 일정한 간격의 사선 옷 주름은 여전히 뚜렷합니다. 서울·경기 지역 유일의 아미타정인 불상이라는 사실이 파손된 석불의 가치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