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한복판에 2.5m 관우와 제갈공명, 단군이 모여 앉은 이유

서울 예장동 와룡묘 · 촉한의 지략가에서 한국 민간신앙의 거점으로

남산 기슭의 한 사당 안에는 2m 크기의 제갈공명 석고상 곁에 그보다 더 큰 2.5m 높이의 관운장 석고상이 함께 서 있습니다.
와룡묘_삼성각 (촬영년도 : 2015년)
와룡묘_삼성각 (촬영년도 : 2015년)
출처: 본 저작물은 '국가유산청'에서 작성하여 공공누리 제1유형으로 개방한 '와룡묘_삼성각 (촬영년도 : 2015년)'을 이용하였으며, 해당 저작물은 '국가유산청, www.khs.go.kr'에서 무료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야기

중국 삼국시대의 지략가 제갈공명을 모신 사당에 왜 관우 장수와 한국의 단군, 산신이 함께 모여 있을까요?

선조 38년인 1605년, 평안도 영유현에 제갈량을 모시는 와룡묘를 공식으로 짓게 했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합니다. 이후 왕들이 관원을 보내 제사를 올리고 제문을 내리기도 했죠. 다만 그 사당이 지금 서울 남산 예장동에 있는 와룡묘와 직접 연결되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지금의 남산 와룡묘는 조선 후기 고종의 후궁인 엄상궁이 처음 세웠다는 전승이 내려옵니다. 일설에는 1862년 남산 기슭 암벽에 조각된 제갈공명의 영정을 받들던 추모 인사들이 사당을 창건했다고도 합니다.

3칸 팔작지붕 기와집으로 지어진 건물 내부 중앙에는 머리에 와룡관을 쓰고 녹색 도포를 입은 제갈공명 석고상이 좌정해 있습니다. 오른손에는 우선(羽扇, 깃털 부채)을 들고 가슴 쪽에 대고 있죠. 그 크기는 2m에 달합니다.

그 옆에는 황색 도포를 입고 긴 수염을 늘어뜨린 관운장 석고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오른손은 펼쳐진 책을 향하고 다리 사이에는 긴 칼을 세워 놓았는데, 높이가 2.5m입니다. 사당의 주신인 제갈공명보다 옆에 선 관운장상이 50cm나 더 큽니다.

사당은 시련을 겪었습니다. 1924년 불길이 사당을 덮쳐 건물이 소실되었기 때문입니다.

10년 뒤인 1934년 사당이 재건되면서 경내의 모습은 큰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중국계 신령을 모시던 와룡묘 경내에 단군을 모신 단군성전과 산신·칠성·독성을 모신 삼성각, 제석전, 약사전이 함께 들어선 것입니다. 삼성각 벽면에는 머리에 복건을 쓰고 호랑이를 뒤에 둔 산신상이 양각으로 만들어졌고, 단군성전에는 긴 수염을 늘어뜨린 단군 석고상이 안치되었습니다.

외래의 영웅을 모시던 사당이 한국의 토속신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무속신앙의 거점으로 변모한 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좌측 처마에는 정4각형 지붕의 종각이 연이어 있고, 청룡도 2자루와 삼지창 1자루, 대북과 소북 같은 의식용 도구들이 과거의 제의를 증언합니다. 시봉인(侍奉人, 제사를 준비하고 신령을 모시는 관리자)은 해마다 음력 6월 24일이 되면 떡과 제육, 소주를 올리며 제사를 이어왔습니다.

제갈공명을 모시는 사당에 관우와 단군, 산신이 모여앉게 된 것은, 남산 기슭에 자리 잡은 사당이 시대의 풍파를 거치며 민중의 기원을 담아내는 민간신앙으로 깊숙이 뿌리내렸기 때문입니다.

지금

서울특별시 중구 예장동 산5-6에 위치한 와룡묘는 1974년 1월 15일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재 제5호로 지정되었습니다.

3칸 팔작지붕 기와집과 연이은 종각, 그리고 경내에 조화를 이룬 단군성전과 삼성각은 중국계 사당이 한국의 토속신앙과 결합해 간 과정을 보여주는 독특한 흔적입니다. 1976년 보수 공사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개방되어 남산 순환로를 걷다 둘러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와룡묘 내부에는 어떤 인물들이 모셔져 있나요?
2m 크기의 제갈공명 석고상과 2.5m 크기의 관운장 석고상이 중앙에 모셔져 있으며, 경내 단군성전에는 단군상, 삼성각에는 산신과 칠성, 독성이 모셔져 있습니다.
와룡묘의 제삿날은 언제인가요?
음력 6월 24일에 제갈선생과 관성제군을 위한 제사를 지내며 제물로 떡, 제육, 채소, 과실과 소주를 올립니다.
와룡묘는 언제 창건되었나요?
조선 후기 엄상궁이 세웠다는 전승과 1862년 추모 인사들이 창건했다는 설이 있으며, 1924년 화재 소실 후 1934년에 재건되었습니다.

같이 보면

출처

국가유산포털, 서울시 공개자료, 위키백과

지도에서 보기 유적 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