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6·25전쟁 이후 서울에는 무허가 판자촌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불도저 시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속도감 있는 개발로 유명했던 김현옥 서울시장은, 이를 정비하겠다며 '시민아파트'를 대량으로 짓는 정책을 밀어붙였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마포구 창전동 와우산 기슭에 들어선 5층 아파트 15개 동, 와우시민아파트였습니다.
그런데 준공 4개월 만인 1970년 4월 8일 오전 6시 40분, 이 건물 한 동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원인은 부실시공이었습니다. 기둥 하나에 철근 70개가 들어가야 하는데, 실제로는 5개만 박혀 있었습니다. 판자촌을 정비하겠다며 서둘러 밀어붙인 사업이, 정작 그 자리에 살던 사람들을 더 위험한 건물로 옮겨놓은 셈이었습니다.
이 사고로 40명이 다쳤습니다. 사망자는 건물 붕괴 자체로는 33명으로 집계되지만, 무너진 잔해가 아래쪽 판잣집을 덮치면서 그곳에서 잠자던 1명이 더 숨져 합치면 34명으로도 전해집니다. 시민을 위해 짓겠다던 아파트가, 무너지는 순간에는 그 밑에 남아 있던 판잣집 주민까지 덮친 셈이었습니다.
사고 일주일 뒤 김현옥 시장이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이어진 전수조사에서 서울 시민아파트 405개 동 가운데 349개 동이 안전기준에 못 미친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대대적인 보수 공사가 뒤따랐습니다. 성과에 쫓겨 속도를 앞세웠던 개발 정책의 민낯이,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셈입니다.
지금
무너진 건물은 철거됐고, 지금 그 자리는 와우근린공원이 됐습니다. 완공 4개월 만에 무너진 아파트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습니다. 공원을 산책하며 와우산 능선을 올려다볼 때, 서두름이 남긴 대가를 한 번쯤 떠올려 볼 만합니다.